가장 심각하면서 가장 즐겁게.

사진작가 안진균의 최근작 <매달린 남자(Hanged Man)>에는 ‘교수형에 처해지듯(hanged)’ 머리를 위로 하고 발을 아래로 한 채 허공에 떠 있는 남자가 등장한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남자는 중력을 거슬러 경직된 자세로 놀이기구에 매달려 있다. 거꾸로 매달린 모습을 촬영한 뒤 후반 작업에서 다시 상하를 반전시킨 행위가 남자를 바로 선 것도 거꾸로 매달린 것도 아닌 어딘가 부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만든 것이다. 카메라의 앞과 뒤에서 대상이자 주체로서 일련의 처형 행위를 자처한 것은 작가 자신이다. 그 의도는 무엇인가.

사진 속 장소는 작가의 집 근처 아파트단지 놀이터 10여 곳이며, 촬영은 모두 가족과 함께 했다. 작가는 스스로 포즈를 취한 뒤 아내에게 셔터를 누르도록 했고, 작가의 아이는 자신의 영역(놀이터)에 침입해 이상한 행동을 하고 있는 아빠에게 말을 걸며 화면에 난입하였다. 사실상 안진균의 사진은 줄곧 가족과 함께 해왔다. 최근 들어 아내와 아이가 간간이 등장했다면, 전작에서는 줄곧 부모님을 주요 인물로 대상화했다. 그리고 대다수 사진에서 작가 본인을 가족들 가운데 위치시켰다. 촬영 장소 역시 부모님의 묏자리와 거실, 지금의 놀이터까지 가족의 생활반경 안에서 이루어졌다. 이렇듯 작가가 자신과 가족 사이의 관계에 집중하는 것은 가족이라는 존재가 편안함과 동시에 부담감을 주는 존재라는 사실에 대한 그의 양가감정을 반영하며, 아버지로 인해 가졌던 가부장제와 유교문화에 대한 반감과 자신이 아버지가 되어 갖게 되는 자조가 교차하는 삶의 역설을 보여준다. 특히 <매달린 남자> 연작에서 작가는 아버지의 권위를 내려놓고 스스로를 희화한다. 장신에 거구를 이끌고 놀이기구를 지탱해 꼿꼿하게 물구나무를 서보려 하지만 성공하기는커녕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되고 마는 촬영 과정과 이후 보정 과정에서 그러한 모습을 다시 한 번 반전하여 아예 ‘교수형에 처하’고 마는 비유적 표현을 통해서 말이다. 작가 자신이 사진에 등장해 특정한 행동을 하거나 자세를 취하고 그 순간을 포착하는 일련의 연출사진(staged photo) 전통에서 안진균의 사진이 특히 부각되는 지점은 이러한 일관된 주제와 주제를 무겁지 않게 끌어가는 유머러스한 감각에 있을 것이다.

그에 더해 안진균의 사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사진 안에 사진 매체에 대한 언급이 포함된다는 점이다. <매달린 남자>에서 촬영된 사진의 상하를 반전시킨 작가의 행위는 카메라와 사진의 기본적인 원리를 다시금 일깨운다. 카메라는 작은 구멍(렌즈)을 통해 들어온 빛이 ‘어두운 방(camera obscura)’의 반대편 벽에 상(像)을 비추는 구조이며, 직진하는 빛의 속성상 그 상은 상하좌우가 거꾸로 맺힌 역상(逆像)이다. 그리고 그렇게 카메라 안에 맺힌 음화(negative)의 상을 반전시켜 화면에 고정한 양화(positive)가 바로 우리가 보는 사진인 것이다. <매달린 남자>에서 작가는 힘들게 거꾸로 매달린 자신의 모습을 또 다시 반전시키는 수고를 통해 화면의 혼돈을 불러오고, 그로써 카메라 안에 맺힌 상이 본디 역상이라는 사실과 관객이 현재 보는 사진 속 모습이 카메라 안에 맺힌 본래의 상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또한 그것은 가부장의 권위를 희화하는 동시에 카메라의 시선이 지닌 절대적 권력을 무화시키는 의도로 작용한다. 카메라 뒤에서 대상을 포획하는(capture) 주체로서 사진가가 지닌 권력을 다른 이에게 양도하고 스스로 대상이 되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사진가가 바라본 완결된 상태의 장면을 거꾸로 반전시킴으로써 예상치 못한 우발적 장면을 창출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물론 이러한 모든 과정은 작가의 치밀한 계획에 의한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치밀함은 사진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에 있어서까지 적용된다. 앞서 살펴 본 사진의 내용과 형식의 주요한 측면 외에 이미지의 효과적 제시와 완성된 사진 오브제의 전시 방식에서 작가의 철저한 의도가 드러난다. 작가는 놀이터에서 촬영한 사진을 놀이터에서 전시하기로 한다. 사진을 감상하기 위해 관객들은 주말에 한시적으로 개방되는 유치원 놀이터를 찾아 놀이기구 위로 올라가 몸을 숙이고 작가가 만들어 놓은 가벽 안으로 들어가야만 한다. 뿐만 아니라 가벽에 설치된 각 사진은 일반적인 액자(framing) 방식 – 사진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가장자리에 백색 종이로 대지(mount)를 두르고 전면에 유리를 댄 후 다시 액자틀을 끼우는 - 이 아닌, 사진 자체의 액자식 구조라는 색다른 방식을 취한다. 작가는 사진의 보정 과정 중 컴퓨터상에서 옷이나 놀이기구 등 각 이미지의 요소로부터 추출한 특정한 색으로 이미지 자체에 넓게 대지를 둘렀다. 그 결과 전시 공간에 어렵게 들어와 사진을 처음 맞닥뜨린 관객은 대지 배색의 높은 비중으로 인해 사진을 전체적으로 색으로 받아들이게 되고, 의도적으로 눈에서 색을 거두고 나서야 본격적으로 이미지에 집중하게 된다. 그러나 대지의 배색은 사진 감상을 방해하기보다 오히려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비로소 사진 이미지에 진입하고 나서도 관객은 대지의 배색과 사진 속 여러 요소들을 번갈아 살피면서 계속하여 유희적으로 작품을 감상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렇듯 작가는 촬영 장소, 작업의 소재와 주제, 사진의 형식적 특징은 물론 이미지의 제시방식과 전시 장소까지 철저히 기획해 하나의 맥락으로 꿰고 있다. 그 결과 <매달린 남자>의 다소 무거운 주제와 내용은 가볍고 유머러스한 형식과 새로운 감상 방식을 통해 단순한 사진 이상의 사진으로 제시된다. 가장 심각하면서 가장 즐겁게.

신혜영 | 비평가



Most seriously yet most jubilantly.

The latest work by photographer Jinkyun Ahn, Hanged Man, includes a photograph denoting a man suspended in mid-air. In this photograph, his head points up and feet down; it looks as though he has been hanged. But, on closer inspection, the man is seemingly defying gravity, holding a stiff posture while hanging off some recreational equipment in a playground. The fact that it is an inverted image of a man who is hanging upside down makes it look peculiar, as he is neither upside down nor standing up. In the process of acting out a series of postures that allude to methods of execution, the artist himself insists on becoming both the subject in front of the camera and the photographer behind it. What are his intentions?

The photographs were taken across 10 different playgrounds from Ahn’s local neighborhood and were produced with his family. For example, his wife photographed him as he posed in position. During the shoot, his son burst into the scene and attempted to initiate a conversation with the artist, since his behavior seemed strange in the context of their local playground. As a matter of fact, Ahn’s family have always been part of his photography. More recently, his wife and child have been placed in the frame; whereas before the main participants in Ahn’s work were his parents. Furthermore, in the majority of his works, the artist puts himself right in the center of his family. The location of the photographs revolves around the vicinity of his family’s life, from the living room, via the local playground, to his parents’ eventual grave sites. Ahn’s focus on the relationship he has with his family reflects the conflicted thoughts and feeling he has towards the family unit, as both a source of comfort and pressure. His work reveals one of the difficulties at the heart of his life: on the one hand, he is extremely hostile towards patriarchal culture, which he experienced growing up (through the teachings and traditions passed down by his father) and, on the other, his self-criticism for becoming a father. In the Hanged Man series, the artist both criticizes his fatherly authority and parodies it himself. He lugs his sizeable body and tries to use recreational equipment in a playground to perform a handstand. However, rather than succeeding, he ends up looking ridiculous during his photograph. Through the reversal of the scene in post-production, it seems as though the artist has been metaphorically “hanged”. In the vein of the usual tradition of ‘staged photography’, in which the artist himself is featured in the shoot to take a specific action or pose, what makes Ahn’s work stand out is the consistency of his theme and his sense of humor, which, in turn, lightens it.

In addition, one of the most important elements in Ahn’s photographs is that he uses photography to comment on photography. The act of inverting the photograph in Hanged Man reminds us of the basic principles of the camera and photography. A camera is structured to allow light through a small hole (lenses) to illuminate an image on the opposite wall of the dark room (camera obscura) and, due to the property of light that travels in a straight line, the illumination is a reversed image, in which left and right and up and down are inverted. As such, we could describe the photograph as an imprinted and fixed positive of the camera’s reversed negative. In Hanged Man, the artist goes through the trouble of reversing the image of himself hanging upside down, in order to bring chaos onto the screen and, in doing so, make the audience realize that the image which appears in the camera is the original reversed image and what the audience is seeing in the picture is the actual image captured by the camera. It is also intended to parody patriarchal authority and to simultaneously nullify the absolute power of the camera’s gaze. Going a step further, rather than merely becoming the subject by transferring the power of the photographer as a principal agent to capture a subject from behind the camera to another, he reverses the completed scene to create an unforeseen and inadvertent scene.

This whole process is meticulously planned by the artist. And this meticulousness extends to how the photographs are displayed. Beyond the form and content discussed earlier, the intention of the artist is evident in the effective presentation of the images and in the display method he employs. Ahn decides to exhibit the photographs, which were themselves taken in a local playground, in a playground. In order to view the photographs that are hung on an exhibition wall built by the artist, the audience must enter into the space of the playground, which is only open for a limited number of hours on weekends, and climb up its devices. Not only that, each of the photographs installed on the exhibition wall contains an unusual framing structure within the image. He does this instead of using the more typical framing method of wrapping the mount around the edge of the image with white paper, putting the glass at the front, and retrofitting the frame’s mold to emphasize the photographic image. During the post-production process on his computer, the artist has used particular colors that were extracted from each of the images – from clothing or playground apparatus, for example – to frame the image and serve as its mount. As a result, the audience, encountering the photographs after having struggled to come into the exhibition space, encounters a further barrier: the main content of the images is dominated by the color border, which they must negotiate before considering the image. However, the arranged color of the mount, rather than obstructing the viewing, in fact increases the enjoyment of the experience. Eventually, the viewer is able to examine and alternate between the color of the mount and several elements in the photograph, in a playful way. As described, the artist has not only thoroughly planned the location, material, theme and characteristics of the photographs but also the presentation method of the image and exhibition venue, threading them together into a single inquiry. Consequently, through its light and humorous form and its new method of presentation, the rather heavy subject and content of the Hanged Man is presented as more than simple photography. Most seriously, yet most jubilantly.

Hyeyoung Shin l Art Crit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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